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엔 한일관계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올 3·1절 기념사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 문제를 미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대일 과거사 문제 대응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기조를 강조했던 상황.
대신 문 대통령은 연설 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문재인 정부 4년 평가’와 관련한 질문에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부터 우리나라를 상대로 시행 중인 반도체 제조 관련 핵심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거론하며 “일본”을 딱 한 번 입에 올렸다.
현재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악화된 배경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 취임 뒤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해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징용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그 ‘보복’ 차원에서 이듬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하기까지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외교부 제공) 2021.5.5/뉴스1 © News1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두 장관이 만난 것일 뿐”이라며 “한일 양국의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금 같은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일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영향으로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또한 최근 국정 지지율 하락세를 겪은 데다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아 “앞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일 양쪽 모두 “상대방에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운 형편”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엔 참여하더라도 한일 양국 간 현안은 내년 이후로 미루려고 할 것”이란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아닌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일련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도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과 관련해 “대북정책은 한미일이 계속 긴밀한 연대를 도모하겠다”고 밝혔으나, ‘한일관계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엔 “논평을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