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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완전한 자유의 상징… 한국의 아름다운 미션 세계 속에 펼칠 때”

입력 | 2021-05-12 03:00:00

40년간 한국과 인연
단군 신화 연구하는 프랑스인 사업가 피에르 코엔아크닌 씨



서울 남산 소월로에 있는 시가, 와인 전문 바에서 만난 피에르 코엔아크닌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태극기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기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한국 사람들이 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40년간 살아온 프랑스인 사업가 피에르 코엔아크닌 씨(63).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피에르 바’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여권 사진을 보여주면서 “정확히 40년 전 오늘은 제가 처음 한국에 도착한 날”이라고 말했다.

유대계인 코엔아크닌 씨는 1981년 4월 27일 서울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역담당 직원으로 한국에 왔다. 당시 나이는 23세.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대신해 한국에 온 것이었다. 이후 40년간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프랑스 패션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도왔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와인 시가 화장품 기계 등 무역업에 종사했다. 현재 남산 자락에서 쿠바산 시가와 프랑스 내추럴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피에르 바’도 운영 중이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태권도 공인 2단인 그는 2017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세계유대인올림픽 ‘마카비아(Maccabiah)’에서 유일한 한국 대표선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카비아는 전 세계 유대인들이 4년에 한 번씩 모여 47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는 대회. 그는 마카비아 조직위원회에 문의해 “한국에 오래 살았다면 한국 대표로 참가해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총 3번 달리기, 골프, 스쿼시 종목 등에 참가해 온 그는 “서양인의 외모와 프랑스 국적을 갖고 유대인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는 것은 매우 뜻깊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기 안에 들어 있는 태극 문양은 ‘완전한 자유’의 상징입니다. 자유란 산속에서 홀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 순간에 ‘중도(中道)’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너와 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태극기는 그런 의미에서 믿을 수 없게 원더풀한 상징입니다.”

그는 최근 월간지 ‘더 서울 라이브’에 한국의 단군 신화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모든 나라의 개국 신화와 전설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동굴’에서 시작된 나라와 ‘하늘’에서 나온 스토리가 있는 나라로 구분된다는 것. 코엔아크닌 씨는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동굴에서 시작된 전설이 있는데, 한국의 단군 신화는 하늘에 사는 환인, 환웅이 동굴의 곰과 결혼해 나라를 세웠다”며 “한국은 하늘에서 나온 ‘영적(Spiritual)’인 나라로서, 국제사회에 많은 정신적, 문화적 도움을 줄 아름다운 미션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