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쓴 시인 케 티(45)는 8일 군경에 연행됐다가 하루 만에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구절이 밉보였던 걸까. 놀랍게도 심장을 포함한 장기가 제거된 상태였다. 시위 주도세력은 군부가 시위대들의 장기를 국제 밀매조직에 판매한다고 주장한다. 시위대의 머리를 조준하는 이유도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780명 가운데 다수가 젊은이들이다.
▷군경의 탄압이 잔혹해질수록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매일 저녁 국영 TV는 체포된 시위대 얼굴을 공개하는데 학생, 배우, 기자, 의사, 미인대회 우승자까지 다양하다. 고문으로 퉁퉁 부은 얼굴을 보여주는 이유는 겁주기 위해서지만 시청자들은 민주화 운동이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신발 밑창에 쿠데타 주동자의 사진을 붙여 밟고 다니며 수백 곳에서 시위를 이어간다. “두렵지만 내 나라가 암흑의 시기로 뒷걸음질치게 내버려둘 순 없다.”
▷미얀마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리비아와 시리아 모델이다. 아랍의 봄 시기인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서방 연합군이 군사력으로 카다피를 제거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경우 중국의 반대로 유엔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은 9일에도 미얀마 군부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투자사업을 승인받았다. 시리아에서도 2011년 반독재 시위가 시작됐지만 종파 간 갈등에 미국 러시아의 대리전까지 겹치며 지금껏 내전 중이다. 심장을 잃어가며 민주화 혁명을 꿈꾸었던 저항시인의 바람과는 달리 미얀마가 시리아의 길을 가게 될까 봐 불안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