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쳤다. 세상을 떠돌며 날품팔이로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가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는 엄청난 부자가 된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달랐다. 50년이 지났어도 아들을 알아보았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거다. 그는 너무 기뻐서 사람을 보내 아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를 납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버티다가 기절해 버렸다. 그는 정신이 들자 다른 곳으로 가 삯일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하인들을 시켜 품삯을 두 배로 주겠다며 아들을 데려왔다. 그는 거름을 치우는 아들의 야윈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때 묻은 옷으로 바꾸어 입고 거름 치우는 일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다가가 앞으로 친자식처럼 대할 테니 여기에서 일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토록 너그러웠다.
하지만 아들은 그러한 사랑과 관심이 좋긴 했어도 자신이 천하고 못났다는 생각에 거름 치우는 일만 계속했다. 금은보화로 가득한 창고를 관리하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살림을 도맡아 꾸려 나가기를 바랐다. 아들은 나중에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임종이 다가오자 아버지는 그가 진짜 아들임을 밝히고 모든 재산을 물려줬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