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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김치’ 명칭 쓰기 어려워진다…식품업계 속앓이

입력 | 2021-05-12 19:07:00


‘유타카’라는 일본 식품업체는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코리안 김치(Korean Kimchi·한국 김치)’를 팔고 있다. 이 제품에는 ‘한국 전통김치’라는 설명도 붙어 있다. 상품명만 보면 한국 김치라고 오인하기 쉽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한국 김치’라는 명칭을 쉽게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정작 국내 식품업계는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국내 제조사 제품까지 한국 김치라고 부를 수 없게 될 수 있다”며 반발한다.


● ‘한국 김치’ 명칭 쓰기 어려워질 듯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 김치’ ‘대한민국 김치’ 등의 이름을 붙이려면 국내 기업이 국산 재료로 국내에서 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지리적 표시권’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 가공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이다. ‘이천쌀’ ‘의성마늘햄’ 등이 유사한 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 중으로 올해 안에 개정을 마치고 지리적 표시 등록 신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 표시제가 시행되면 국내 시장에서 저가 중국산, 일본산 김치 등이 한국 김치처럼 포장돼 팔리는 걸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제조사도 한국 김치란 명칭을 쓰기가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원산지 규제가 엄격해져 3대 주재료인 배추, 무, 고춧가루가 국산이 아닐 경우 표시권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상집 김치협회 전무는 “이상기후로 국산 재료 수급이 어렵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한국 김치’ 타이틀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상, CJ제일제당처럼 해외 김치 공장에서 수출용 김치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한국 김치’ 명칭을 쓰기 어려워진다. 이들은 “유통과정을 줄여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하는데 ‘한국 김치’라는 이름을 못 쓰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생산지가 아닌 생산방식에 따라 ‘전통 특산품 보증’을 해주는 등 다양한 보호제도가 있다”며 “한국도 표시권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영양성분 표시 의무도 강화

김치에 대한 영양성분 표시 의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식약처는 현재 17종인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 식품을 2021년까지 46종으로 늘린다고 입법예고를 했다. 여기에 김치와 김치속이 포함됐다. 해당 제품 매출이 300억 원 이상인 제조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내년 대상과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50억 원 미만의 영세 업체까지 적용된다.
식품업계에선 “김치를 다른 식품과 동일선상에 놓는 건 무리”라고 반발한다. 김치업체들은 손으로 김치를 담그는 데다 김치에 들어가는 수십 종의 1차 농산물의 영양성분 함량이 산지와 기후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발효 중 영양성분이 변해 실제 영양성분이 포장지 표기와 달라져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료 산지 변화에 따라 매번 영양성분을 검사하려면 영세업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식약처는 “±20%의 허용 오차가 있기 때문에 원료나 발효 정도에 따른 오차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치 제조사 관계자는 “2016년 장류를 표시 의무 대상 식품으로 지정하면서 수작업으로 담는 한식 된장 등을 제외했듯 김치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