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2는 호주 출신 개발자 셰인 아이작이 만든 가상 부동산 구매 게임이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 지도를 이용해 지구상의 땅을 가로세로 10m짜리 정사각형 ‘타일’로 쪼개 팔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때 전 세계 땅 가격은 타일당 0.1달러로 동일한 선에서 출발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 주요 도시의 땅값은 수백 배로 치솟았다. 지금도 주인 없는 땅을 사거나 욕심나는 땅 주인에게 높은 가격을 제안해 신용카드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다.
▷이곳에 땅을 산 투자자들은 어스2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100만 개로 발행량이 제한돼 희소성을 인정받는 비트코인처럼 가상 지구에선 사고팔 수 있는 땅 타일의 수가 5조 개로 한정돼 있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인이 산 땅의 가격이 457만6000달러(약 51억4800만 원)나 된다. 709만6000달러(약 79억8400만 원)어치 땅을 산 미국인에 이어 2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미래의 빈민촌 청소년들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이(異)세계’에 접속해 화려하고 모험이 가득한 삶을 즐기며 허름한 현실을 잊는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렵다는 절망감에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어스2에 땅을 산다는 말도 나온다. 삶이 각박할수록 더욱 단단히 현실의 땅에 발을 디뎌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