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스 국가정보국장, 日거쳐 방한
한국 도착한 헤인스 12일 오후 경기 평택 미군 오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숙소인 서울 신라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17개 정보기관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방한한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북-미 접촉 의사를 타진한 직후에 북한 등의 정보를 총괄하는 헤인스 국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미국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 회의에 이어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연이어 열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 있던 한반도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 문 대통령 만나고 판문점도 방문
헤인스 국장은 13일 오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다. 미 당국자들이 방한 계기에 판문점에 들르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군 소식통들은 “북한과 접촉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먼저 손을 내민 상황에서 정보기관 수장이 북한과 맞닿은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그 자체로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와 “북-미 접촉 제안과 비핵화 협상에 호응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 한일 연쇄 방문으로 중국 견제 의도
헤인스 국장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연쇄 방문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 문제 이외에도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3월 첫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인스 국장은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왔다. 그는 지명자 시절인 1월 미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을 ‘적국’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의 불공정과 불법, 공격적 강압적 행동뿐 아니라 인권 침해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데 정보력을 활용하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핵심이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인 만큼 이번 헤인스 국장도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한 직전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도 3국 협력 강화의 연장선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헤인스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정보관은 12일 오전 도쿄 모처에서 비공개로 정보기관장 회의를 진행했다. 일본 TV아사히는 “3국 정보기관장 회의는 일한(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 정부의 의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