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미정상회담서 협의 예정… 靑도 “회담 주요 의제중 하나” 인정
이달 21일(현지 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백신 동맹’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삼성과 SK 최고경영자(CEO)들도 미국을 방문해 각각 미국 백신 제약사인 모더나, 노바백스를 만나 위탁생산을 협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세계 2위 바이오 생산능력을 ‘지렛대’로 해 미국을 상대로 백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해 백신 동맹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모더나의 백신 원료가 이달 말 한국에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만간 모더나 대표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배터리 분야 한미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 배터리 분야 CEO들도 정상회담 기간 중 미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MBC 라디오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1주택자이면서 장기간 자가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이 주택을 새로 마련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백신 ‘美 원천기술 + 韓 생산능력’… 정상회담서 파트너십 논의
한미 정상회담 기간 한국 대표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이 미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삼성은 모더나와, SK는 노바백스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백신에 대한 원천 기술 및 원료를 가진 미국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이 백신 파트너십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의미다. 12일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을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기업 간의 백신 협력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정식 의제에 오를 만큼 구체화됐다는 뜻이다.
특히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모더나 백신 생산을 국내 위탁생산(CMO) 업체가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모더나 백신 원료가 이달 말 한국 항공사를 통해 국내에 반입될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더나 원료를 원래 이달 초 들여오려다 21일경 모더나 백신의 국내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후 들이기로 한 걸로 안다”며 “당장 양산하기 위한 물질인지, 테스트용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은 이르면 다음 주에 최종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2일 모더나 백신 도입에 대비한 수송 훈련도 가졌다.
정확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더나 대표도 조만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개별 기업 위탁생산 규모로 세계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모더나와 접촉해 위탁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 녹십자 등도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생산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 방역당국은 “국내 한 제약사가 8월부터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 시기를 전후해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한국 내 자회사 설립과 위탁생산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화이자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자사가 화이자와 위탁생산 계약을 했다는 국내 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했다. 화이자도 공식적으로 “현재 위탁생산을 위해 논의 중인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모더나 백신이 실제 국내에서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mRNA 위탁생산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삼성이 나선다고 해도 현재 수주가 넘쳐 풀 가동 중인 공장의 일부 라인을 멈추고, 새 설비로 바꾸는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납기를 약속한 고객사의 물량을 빼야 해 계약 이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RNA 백신 제조 기술이 까다롭지만 기술 이전이 동반된다면 한국 기업의 제조 기술이 더해져 무리 없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위탁생산이 이뤄지면 백신 수급에 안정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업체가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며 “기술과 시설 활용도가 높아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이미지 기자·변종국·김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