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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규제 첫날, 시민 대부분 안전모 없거나 인도주행

입력 | 2021-05-13 19:15:00


“저기 킥보드 탑승하신 분! 보행자 보호 위반입니다.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으셨네요.”

“아, 횡단보도에서 타면 안 되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13일 오후 1시 50분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 씨(28)를 경찰이 멈춰 세웠다. 영문을 몰라 당황해하는 여성에게 경찰은 “횡단보도에선 보행자 보호를 위해 킥보드에 내려 끌고 가야 한다”며 “시행 첫날이라 계도로 끝내지만 다음부터는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A 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더 이상 운행할 수 없어 타고 있던 공유킥보드는 그 자리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A 씨는 “횡단보도 주행은 잘 몰랐던 거라 앞으로 지키면 된다. 다만 공유 킥보드 타려고 안전모를 따로 챙겨 다니긴 현실적으로 힘들어 이용을 줄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와 관련된 규제는 지난해 12월 다소 완화됐다가 사고 위험 등 논란이 커지며 다시 강화됐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13일부터 시행됐다. 경찰 등이 지속적으로 바뀐 법 규정을 홍보하고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시민이 많았다. 이날 역시 전동킥보드 관련법을 위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기존에 만 13세 이상 누구나 탈 수 있던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 면허 이상을 지닌 만 16세 이상만 탑승이 가능하다. 안전모 미착용(2만 원), 2인 이상 동승(4만 원) 등은 범칙금 부과 조항이 신설됐다. 무면허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고, 만 13세 미만 무면허 운전자는 본인 대신 보호자에게 같은 액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인도 주행은 기존처럼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되며 음주 주행은 범칙금이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13일 오전 서울 강남 일대를 약 1시간 반 동안 살펴봤더니 전동킥보드 이용자 23명 가운데 21명이 인도로 주행했다. 19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두 조항을 모두 지킨 2명은 배달서비스 종사자였다. 일반 시민은 아무도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위험천만한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한 20대 남성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전화를 보며 전동킥보드를 탔다. 빠른 속도로 지나치자 인도를 걸어가던 여러 시민들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주변에 있는 한 내리막길에선 제한속도(시속 25㎞ 이하)에 가깝게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도 있었다. 대학생 이모 씨(25)는 “위협적인 킥보드 주행에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인도에서도 늘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하소연했다.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PM 관련 교통사고는 2018년 225건에서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으로 해마다 약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로 985명이 다치고 10명이 숨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관련 규제를 완화한 개정안을 시행한 지 약 5개월 만에 다시 규제를 강화한 재 개정안이 적용됐다.

잦은 법 개정에 시민들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고 공유 킥보드를 타려던 지모 씨(24)는 “안전모 미착용도 범칙금 부과 대상인지 몰랐다”며 머쓱해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관련 법안이 오락가락하며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경찰 측은 “바뀐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나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안전모 미착용과 인도 주행 등은 다음달 12일까지 계도 기간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며 “다만 음주 주행이나 교통신호 미준수 등 주요 위반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13일부터 즉시 단속 하겠다”고 설명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