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돌게 하는 대회 잇단 취소에 ‘한숨’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며 시설 개방해야
양종구 논설위원
국내 스포츠 산업도 코로나의 거친 파고에 무너지고 있다. 한 중소 스포츠용품 브랜드는 상황이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규모가 큰 글로벌 브랜드들은 코로나 역경에 흔들리지 않지만 중소업체는 살아남는 게 버겁다고 한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은행 대출로 근근이 버티며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의 예상과 달리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는 등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스포츠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자금이 흐르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대회가 열려야, 혹은 사람들이 운동을 해야 티켓 및 스포츠용품 등에 대한 구매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사실상 엘리트 및 아마추어 대회가 셧다운됐다. 지난해 국내 최대의 엘리트 대회인 전국체육대회와 소년체육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각 도민체육대회도 취소됐다. 중소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경우 전국체육대회와 소년체육대회, 도민체육대회 단체복(지역별 유니폼 및 단복) 매출 비중이 크다. 대회 개최를 예상하고 미리 대량 주문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재고가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이다.
공공 스포츠 시설이 통제되다 보니 새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방역에서 자유로운 자전거와 등산, 달리기 등 개인 스포츠 쪽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국내 모 자전거 업체는 지난해 전년 대비 50%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스포츠 대회 개최도 방역이 최우선이다. 10일 강원 태백고원체육관에서 개막한 태권도대회에 388개 팀 3500여 선수 임원이 참가했다. 지난해 대회가 열리지 못해 예상보다 800명이 더 참가했지만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고 중등부와 고등부, 대학 일반부로 나눠 숙박과 대회 일정을 분산해 치르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공 스포츠 시설을 막으니 사람들이 도로와 산으로 나가는 이유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게 하면서 공공 스포츠 시설을 개방해 대회도 개최하고 국민들이 운동을 즐기게 해야 스포츠 산업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