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시작돼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상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 1996년부터 시상식을 중계해 온 미국 NBC가 내년부터 중계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워너미디어와 넷플릭스 등 주요 제작사와 스타들의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NBC는 골든글로브가 개혁을 추진해야만 중계 재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골든글로브의 부정부패가 폭로됐다. 주최 측인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협찬을 받아 프랑스로 호화 여행을 다녀오고 곳곳에서 검은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골든글로브의 부패는 역사가 깊다. 1982년 여배우 피아 자도라의 신인상 수상 이면에는 그의 억만장자 남편이 협회 회원들을 라스베이거스로 초청해 벌인 초호화 파티가 있었다. 당시 미 CBS는 그 일로 시상식 중계를 중단했고, 자도라는 이듬해 골든 라즈베리상(최악의 신인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가 가진 힘의 비결은 돈이다. 1990년대에 수익원을 찾던 NBC가 생방송 중계에 눈을 돌렸을 땐 이미 CBS가 그래미상, ABC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어 골든글로브의 파트너가 됐다. 골든글로브는 NBC가 매년 50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리고 넷플릭스 같은 신흥 미디어가 명성을 쌓는 플랫폼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이번에 보이콧을 했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의 명대사가 있었다.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 줘요(You complete me)”. 꼰대문화와 돈맛에 물들었던 골든글로브가 다양한 인종과 가능성을 포용해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