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남성 위주 심사-시상 비판 여론 아카데미, ‘기생충’ 선정 등 개혁나서 골든글로브, 늑장 대응에 존폐 위기
2015년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가 모두 백인임을 비판하며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왼쪽 사진).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으로 선정되자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 사진)와 제이다 핑킷 스미스 부부, 스파이크 리 감독 등이 오스카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진 출처 에이프릴 레인 인스타그램·CAA 제공
반면 아카데미는 “변화의 첫발은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가 골든글로브와 다른 길을 간 건 ‘매를 먼저 맞은’ 덕이 크다. AMPAS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때는 2015년. 배우 후보 전원이 백인인 것을 두고 흑인 여성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이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게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이자 ‘#OscarsSoWhite’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시 번졌고, 배우 윌 스미스 등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회원 수와 역사적 측면에서 골든글로브보다 높은 권위를 갖기에 영화인들이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감독, 배우, 제작자 등으로 구성되는 아카데미 회원은 전 세계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비판의 화살이 아카데미에 집중되는 동안 골든글로브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올해 2월에 87명의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LA타임스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 감독, PD, 배우들은 ‘#TimesUpGlobes’를 공유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골든글로브 트로피
수상 기준 재정비 여부도 운명을 갈랐다. 지난해 9월 아카데미는 “2022년부터 작품상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다양성을 넣겠다”고 밝혔다. 주연 또는 핵심 조연 역할에 최소 1명의 유색 인종 또는 소수 민족이 들어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공개했다. 이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비(非)영어 대사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다는 구시대적 기준을 고수했다.
할리우드는 아카데미에 대해 “기울어진 영화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골든글로브에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골든글로브가 뼈를 깎는 쇄신을 이룰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