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요 대선 주자들이 최근 잇달아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DJ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위기 극복 및 사회통합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여권 지지층을 상대로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DJ 리더십’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낙전 전 대표는 이달 초 광주에서 열린 지지모임에서 첫 대선행보에 나서면서부터 김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신경제 구상’을 소개하며 “20여 년 전 김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속에서 정보기술(IT)에 투자를 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만들었다.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를 보고 필요한 일을 준비하는 것이 지도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아예 ‘DJ 적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그는 14일 전북 김제에서 간담회를 열고 “외국 정상들과 만났을 때 소통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김 전 대통령은 국제 감각이 있는 인재라고 해서 저를 발탁하셨다. 다른 역량도 많지만 저는 외교, 경제 분야 전문성과 정통성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광주전남 의원들 앞에서도 “지금은 제2의 IMF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하고 그로부터 정치를 배운 본인이야 말로 적임자”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특히 각각 전남과 전북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DJ 정신’ 계승을 앞세워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