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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수학은 항상 옳다는 말에 속지 말 것

입력 | 2021-05-15 03:00:00

◇SUPER MATH/애나 웰트만 지음·장영재 옮김/320쪽·2만 원·비아북




열두 살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묻는다. 우리라면 한 손으로 손가락 한 개를,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일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전 파푸아뉴기니의 오크사프민 원주민 아이라면 오른쪽 귀를 만졌을 것이다. 이들은 숫자 개념이 없기에 특정한 신체 부위를 가리켜 수를 세기 때문이다. 수렵 채집의 물물교환 사회에서 숫자는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일부 원주민이 농장과 광산의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들은 화폐경제를 익히기 위해 수학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 사례는 수학은 보편적 언어라는 통념의 한계를 보여준다. 통상 만국 공통의 언어는 없지만 ‘1+1=2’라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은 외계지적생명탐사 프로젝트에서 과학자들이 셈법 체계에 대한 정보를 외계에 보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사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다.

수학도 사회적 산물이기에 불공정한 룰에 때로 이용된다. 미국 일부 주가 사용하는 재범 예측 프로그램 COMPAS가 내린 2개의 결정이 대표적이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질의응답 등을 바탕으로 COMPAS는 물건을 훔친 10대 흑인 소녀에게 과거 경범죄 전과를 고려해 10점 만점에 8점을 부여했다. 재범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값의 물건을 훔친 중년 백인 남성에게는 3점을 부여했다. 그에게 무장 강도 전과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는 COMPAS에 입력된 변수가 빈곤 정도, 실업 여부, 미래에 대한 낙관 등 소수 인종에 불리한 데이터로 구성된 데 따른 것이다.

수학적 알고리즘에 편향이 들어가는 건 이를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진출은 극히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여성과 유색인종 집단에 재능을 가진 이가 적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백인 남성 위주의 집단에 비백인 여성이 진입하기는 상대적으로 힘들며, 들어가더라도 만만치 않은 텃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클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