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MATH/애나 웰트만 지음·장영재 옮김/320쪽·2만 원·비아북
이 사례는 수학은 보편적 언어라는 통념의 한계를 보여준다. 통상 만국 공통의 언어는 없지만 ‘1+1=2’라는 사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은 외계지적생명탐사 프로젝트에서 과학자들이 셈법 체계에 대한 정보를 외계에 보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사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다.
수학도 사회적 산물이기에 불공정한 룰에 때로 이용된다. 미국 일부 주가 사용하는 재범 예측 프로그램 COMPAS가 내린 2개의 결정이 대표적이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질의응답 등을 바탕으로 COMPAS는 물건을 훔친 10대 흑인 소녀에게 과거 경범죄 전과를 고려해 10점 만점에 8점을 부여했다. 재범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값의 물건을 훔친 중년 백인 남성에게는 3점을 부여했다. 그에게 무장 강도 전과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는 COMPAS에 입력된 변수가 빈곤 정도, 실업 여부, 미래에 대한 낙관 등 소수 인종에 불리한 데이터로 구성된 데 따른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