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정영문 옮김/216쪽·1만4800원·해나무 ◇고양이 철학/존 그레이 지음·김희연 옮김/204쪽·1만5000원·이학사
인간과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 신간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과 ‘고양이 철학’ 저자들은 반려동물의 행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런 문제가 조금 해결되지 않을까.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의 저자는 11마리의 개를 관찰하면서 개를 이해하려 한다. 예를 들어 ‘미샤’라는 개는 자동차를 전혀 조심하지 않고, 보도로 다니지 않는다. 인간이 보기엔 위험천만하지만 미샤는 한 번도 자동차에 치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미샤를 졸졸 쫓아다닌다. 자세히 보니 미샤는 교차로에 다가가면 눈을 두리번거리진 않지만 귀를 쫑긋 세웠다. 시각으로 물체의 접근을 판단하는 인간과 달리 개는 청각에 더 의존해 행동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저자는 관찰을 통해 개가 충실히 인간을 사랑한다는 환상도 무참히 깨부순다. 개를 키우던 사람이 죽은 뒤 개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니 개는 잠시 당황하거나 시무룩해하지만 곧 새로운 일상에 적응했다. 개들은 오히려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개가 죽었을 때 더 슬퍼했다. 개 ‘스웨시’가 죽자 스웨시와 절친한 개 ‘파티마’는 기운을 잃더니 결국 가출했다. 더 이상 집에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그(개)들은 서로를 원한다. 개에게 인간은 개와 비슷하게 인식되는 존재일 뿐”이라고 냉정한 분석 결과를 전한다.
저자는 행복한 고양이의 입장에서 불행한 인간을 향해 조언을 내놓는다. “고통에서 의미를 찾지 마라”, “수면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라”……. 저자의 말대로 행복의 의미를 각각의 생명체가 다르게 정의하듯 고양이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인간도 있을 것이다.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간 역시 반려동물에게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 책들을 읽다 보면 거실을 방방 뛰어다니는 개를 꾸짖거나 어둠을 찾아 방구석에 콕 박혀 있는 고양이를 애처롭게 바라보지 않게 된다. 이렇게 다른 종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같은 종을 이해 못 할 것도 없지 않을까. 국가와 계급 간 갈등이 커져가는 팬데믹 시대에 어쩌면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코로나19의 교훈을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다른 존재 역시 나를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