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지원 ‘사각지대’ 놓인 4050 대부분 청년-여성-노인 중심 지원… 소득·주거 열악해 맞춤형대책 필요 서울시 “4050 1인가구 집중 지원” 주거-대출-커뮤니티 조성 등 검토… 하반기 병원동행서비스 시범 운영
88%가 내집 없는 서울 4050 ‘불독족’
서울에 사는 40, 50대 1인 가구 중 상당수는 이 씨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연령대의 2인 이상 다인 가구와 비교하면 경제적 격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1인 가구 대책마저 대부분 20, 3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40, 50대 1인 가구를 두고 ‘불독(불혹을 넘긴 불안한 독신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 거주자 약 8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서울서베이)를 변미리 서울연구원도시외교연구센터장과 공동분석한 결과 서울의 1인 가구(130만 가구) 중 40, 50대의 비율은 26%(33만8818가구)다. 이들의 87.7%는 전세 또는 월세 거주자다. 이에 비해 전체 서울 시민 중 전월세 거주자 비율은 57%다. 2인 이상 다인가구는 51.3%가 집을 갖고 있다.
고용도 불안하다. 40, 50대 중년 1인 가구 중 자영업자나 임시직·일용직의 비율이 42.7%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40, 50대 1인 가구를 위한 특별대출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생활고-주거불안 ‘4050 불독族’… 39%가 월소득 200만원 미만
서울 도봉구의 8평짜리 반지하 전셋집에 9년째 홀로 살고 있는 이모 씨(40).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뒤 생활고가 심해지자 그는 요즘 동남아 이민을 알아보며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4050 1인 가구’ 39%, 월소득 200만 원 안 돼
서울시가 지난해 중장년 가구 약 8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들의 소득은 100만∼300만 원 사이에 집중돼 있다. 월 100만 원 미만의 빈곤층이 18.7%, 100만∼200만 원 미만이 20.3%를 차지했다. 10명 중 7명(69.6%)은 올해 도시근로자의 1인 가구 기준 월평균 소득(299만 원)보다 낮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2인 이상 함께 사는 다인 가구는 57.5%가 월소득이 500만 원 이상이었다.
본보가 취재한 상당수의 40, 50대 1인 가구 중에는 빈곤과 고립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도봉구에 사는 실용음악학원 강사 이모 씨(4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얼마 전 실직했다. 이후 이 씨는 반지하 단칸방과 옥탑방을 전전하고 있다. 이 씨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나의 경제적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동남아 등지로 이주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 청년에 치우친 1인 가구 대책 확대해야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고 있는 1인 가구 대책은 대부분 청년과 여성, 노인들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4050세대 1인 가구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미리 센터장은 “혼자 살면 가처분소득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소위 ‘잘나가는 싱글’은 소수이고 열악한 1인 가구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원 범위를 지금의 독거노인·청년 중심에서 중장년 1인 가구로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4050세대를 1인 가구 대책의 한 축으로 놓고 주력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1인 가구 특별대책 추진 TF’로부터 실태 보고를 받고 4050세대 1인 가구 주거 정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 제공, 1인 가구를 위한 특별 대출, 커뮤니티 조성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도 하반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박창규 kyu@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