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서정오페라 ‘브람스…’
‘본고장’ 독일 진출 시도할 만
순회 레퍼토리 가능성 보여줘

슈만 부부를 방문한 젊은 브람스(피아니스트 손정범·앞쪽)가 자신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해 보이자 클라라 슈만(소프라노 박지현·가운데)이 감탄하는 가운데 로베르트 슈만(테너 정의근)이 브람스를 격찬하는 평론을 쓰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13∼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는 한국 음악극 역사에서 독특한 영역을 점유할 작품이다. 브람스와 슈만의 곡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편성을 달리해 편곡한 19개 ‘넘버’로 구성됐으며, 창작곡 두 곡도 브람스의 작품에서 주제 선율을 가져왔다.
작곡과 편곡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레드슈즈’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곡가 전예은이 맡았다. 한승원이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피아노 앞에서 젊은 브람스를 연기하고, 발레리노 김용걸이 춤으로 브람스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빛을 더했다. 여자경이 지휘하는 클림챔버오케스트라가 무대 가운데 자리 잡고, 악단을 둘러싼 간소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클라라 슈만(클라라)을 향한 브람스의 사랑을 틀 삼고, 로베르트 슈만(슈만)과 브람스의 가곡을 비롯한 작품들을 날실과 씨실 삼아 짜낸 극의 구성은 두 대작곡가의 매력적인 음악에 힘입어 잔잔한 설득력으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나 가곡 반주부를 실내 관현악용으로 편곡한 전예은은 브람스 관현악 특유의 스산함과 끊임없이 흐르는 운동감을 잘 재현해냈다.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유능한 작곡가이기도 했던 클라라의 작품이 극에 삽입되었어도 좋았을 듯했다. 피아노3중주 작품17의 느린 악장 정도가 들어갔으면 좋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장기공연 또는 순회 레퍼토리로 채택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브람스가 나고 활동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무대에의 도전도 고려해볼 만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한국인의 손으로 독일 선율에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독일 무대에 올렸을 경우의 평가가 궁금해졌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