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강남역 일대에서 ‘강남역 여성살인 5주기 추모행동’이 진행됐다.(서울여성회 페이스북)© 뉴스1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를 맞아 피해자를 추모하고 이같은 여성혐오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여성회 등 ‘강남역 여성살인 5주기 추모행동’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와 8시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남역 살해사건은 여성에게 한국사회는 누구나 이 사회에서 누려야 할 안전, 아주 기본적인 생명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곳임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우리의 기억과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밤이든 어느 장소든 겁먹지 않을 권리, 집에 무단침입을 하려는 사람이 없을 권리, 사이버 성범죄, 데이트 폭력,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될 권리, 우리 여성들은 이 당연한 권리를 직접 쟁취하고자 마음 먹었고 목소리를 내며 투쟁현장에 나섰다”고 했다.
이어 “남녀갈등, 젠더갈등 등 워딩으로 마치 이전부터 이어져 온 구조적인 차별은 이제 끝났으며 남녀가 동등해진 것처럼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성차별이자 여성혐오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론은 젠더갈등·남녀갈등이란 단어로 성차별을 지우지 말고, 정부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벼랑 끝에 몰린 여성들의 삶을 해결하는 정치를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거없는 남성혐오 정치권이 조장한다” “백래시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등 구호를 외쳤다.
시간별로 최대 9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자유발언, 성명서 낭독, 추모 퍼포먼스 등과 함께 추모 메시지 소개 등이 이어졌다. 이들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고, ‘강남역 5주기 분노와 슬픔을 넘은 우리의 결심’이란 판에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는 행사도 진행했다.
추모행동은 온라인에서도 진행됐다. 앞서 주최 측은 이날을 추모하고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온라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 메시지들을 모아 오프라인 추모행동이 열리는 현장에 게시했다.
이후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에서는 ‘여성 혐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가해자가 알지도 못했던 여성을 단지 ‘무시당했다’는 기분만으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를 추모하는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온라인 추모 페이지에 남긴 글을 소개했다. 그는 “여성을 겨냥한 반인륜적인 사건 5년이 지나도 그 죽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다”며 “차별적이고 혐오적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보당 인권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강남역 살인사건은) 묻지마 살인도, 우발적 범행도 아닌 ‘여성혐오’ 범죄였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일방적 분리와 보호대상, 혐오와 범죄의 대상으로 취급받아왔던 시간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