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맏형 HMM 화려한 부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합시다.”
지난해 3월 29일 배재훈 HMM 사장은 국내외 임직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2016년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 뒤 4년 만에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사명을 바꾼 직후였다.
평범한 메시지로 흘려듣기엔 당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다. 10년여 동안 계속된 적자. 3조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부 지원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것에 “지나친 지원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는 조선·해운업계와 함께 2018년부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HMM과 정부는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1대)급 및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추가 발주량까지 더해 HMM은 2022년까지 100만 TEU 규모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확보한다.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을 회복하는 것이자 글로벌 6, 7위 수준의 선박회사로 거듭나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HMM에 오히려 기회였다. 코로나19 초기엔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움츠려 있던 해상 물량 수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선박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해상 운임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올해 1분기 운임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올 1분기 HMM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93만7000TEU로 지난해 1분기 처리 물량(88만4000TEU)보다 조금 늘어난 정도다. 하지만 컨테이너 부문 매출은 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1000억 원)의 배에 달한다. 물량은 비슷했는데 매출이 2배로 오른 건 해상 운임 상승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