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무도한 마적단 두목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 정직한’ 2인조 무장강도를 섭외한다는 것이 라메시 시피 감독의 인도 영화 ‘화염(Sholay·1975년)’의 이야기다.
이 두 무법자가 믿을 만하다는 것, 용감무쌍하고 수완이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외진 마을의 유지인 타쿠르(산지브 쿠마르)는 수년 전 경찰이던 시절, 비루(다르멘드라)와 자이(아미타브 바찬)를 체포해 이송하던 중 무장 마적단의 습격을 겪는다. 그는 이 2인조의 활약과 꿋꿋함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달리는 기차에서 사건이 벌어질 때 우리는 웬만한 할리우드 서부 활극보다 더 스릴과 액션이 넘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인도 발리우드 특유의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가 어우러진다. 그리고 달리는 오토바이와 사이드카를 타고 두 친구 비루와 자이가 끝없는 우정을 유쾌하게 노래하는 장면을 필두로 R D 부르만이 작곡을 맡은 여러 뮤지컬 장면을 즐길 수 있다.
타쿠르는 비루와 자이를 자기 마을로 불러 마적단 두목 가바르 싱(암자드 칸)을 생포해오면 거액의 포상금을 주겠다 약속한다. 처음에는 돈만 훔쳐 도망가려던 둘은 싱이 타쿠르의 두 팔을 잘라내고 집안을 몰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남아서 마을을 지켜주겠다고 한다.
가족이 몰살당한 날 마침 사원에 다녀왔던 며느리 라다(자야 바두리)만 살아남았는데, 자이는 하얀 옷을 두른 그녀의 슬픈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반면 비루는 마차를 모는 독립적인 수다쟁이 마을 처녀 바산티(헤마 말리니)에게 반해서 취중 자살 소동까지 벌이는데 심지어 작품 속 친구 자이도 눈을 굴릴 정도다. 비루의 구혼이 성공하기는 하나 그를 바라본 풍자적 시선이 당시 기준으로는 앞서 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서부극을 볼 때마다 채찍을 맞으며 위기 때 사람을 두 명이나 태우고 달려야 하는 말들이 무슨 죄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화염’의 액션 시퀀스들이 정교하고 신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거기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인도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다는 것, 절절한 애도와 공포감, 쾌활하고 어떤 때는 드라마틱한 뮤지컬 시퀀스들까지 있으니 ‘화염’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볼만하다.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