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시사 해석 나오자 코인값 요동
머스크, 뒤늦게 “하나도 안팔았다”
잡코인에 밀려 점유율 40% 붕괴
변동성 확대… 3년전 폭락 닮은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한 투자자가 시세 전광판을 바라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전날 6000만 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경 10% 이상 급락한 5270만 원대에 거래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마디에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머스크가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시세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4만5000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 시간) ‘크립토웨일’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아치웠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책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자 머스크는 이 트윗의 댓글로 “정말이다(Indeed)”라고 짧게 썼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테슬라가 향후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트윗 직후 비트코인 시세는 8% 이상 급락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만50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날 메시지는 그동안의 입장과도 완전히 달라 혼란을 줬다. 그는 12일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사용한 차량 구매 결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머스크는 이날 뒤늦게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가상화폐 시장 일각에선 비트코인 점유율이 40% 아래로 내려가는 걸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보고 있다. 2017년 말 62%에 달했던 비트코인 점유율이 33%대까지 추락했던 2018년 1월 당시 가상화폐 시장의 폭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산 가치를 검증하기 어려운 알트코인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2017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