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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대선주자-지도부 “호남으로”… ‘도로한국당’ 넘어 중도 확장

입력 | 2021-05-18 03:00:00

[여야 호남민심 잡기]
유승민 “5·18정신은 민주-공화 정신”… 원희룡 “역사의 진실 누구도 못덮어”
野의원 초청한 유족 “첫 악수” 환영… 여권서도 “野 이런 행렬 처음 봐”
野 “김종인 무릎사과뒤 보선압승”… ‘수도권 호남 출신 잡기’ 포석도



5·18 추모제에 보수야당 의원 첫 초청 국민의힘 성일종(앞줄 오른쪽) 정운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뒷줄 가운데) 민형배(뒷줄 오른쪽)의원이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과 함께 걷고 있다. 유족들이 보수야당 인사를 추모제에 공식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야권 대선주자, 국민의힘 의원과 당 지도부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잇달아 광주를 방문하며 호남 민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광주 방문을 통해 중도 확장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도로한국당’ 논란을 극복하면서 수도권 민심까지 공략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정치권에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영남을 공략해 집권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진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서진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 야권의 서진전략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와 의원들은 5·18기념일 전날인 17일 연이어 광주를 찾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18정신은 민주와 공화의 정신이다. 광주전남 시도민들도 문재인 정부 4년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가 훼손된 데 대해 분노하리라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운천 의원도 이날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다. 유족회는 “5·18 관련법 통과에 도움을 줘서 고맙다”며 보수정당 의원으로는 최초로 두 의원을 초청했다. 유족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하는 악수”라며 환영했고, 두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같이 불렀다. 정 의원은 “40년 두꺼운 벽을 넘은 것 같다”고 했고, 성 의원은 “광주정신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6일 5·18묘지 참배 후 “5·18의 미진한 부분의 진실이 밝혀져야 용서도 수습도 가능하다. 역사의 진실을 누구도 덮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5·18묘지를 참배했고, 18일 공식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당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초선 그룹과 청년비대위원 등 10여 명도 10일 5·18묘지를 다녀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18일 이후로 광주 방문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주관 5·18 기념식이 1997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보수정당 대표는 공식 기념식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그러나 보수진영 인사들이 기념식 한참 전부터 줄지어 광주를 방문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서조차 “이런 행렬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 “호남 민심 얻으면 서울 민심도 얻는다”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광주 행보에도 일단 당의 호남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2월 4, 5일 한국갤럽이 뉴시스, 무등일보, 광주MBC 의뢰로 광주전남 시민 1616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4%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후 발표된 각 여론조사기관의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의 호남 지지율은 10% 안팎을 횡보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호남에 더 다가서면 호남뿐 아니라 서울 민심까지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인구 중 호남 출신은 14.8%(2015년 기준)에 이른다. 출생지가 서울(47.9%)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호남 출신 인구가 가장 많은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8묘지 ‘무릎 사과’ 이후 서울의 민심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4·7 보궐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결국 야권이 차기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도로한국당 논란’을 극복하고, 차기 대선에서 서울 민심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호남 공략만 한 게 없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호남은 한때 안철수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느냐”며 “중도 성향의 인물을 내세운다면 호남 공략도 가능하다는 의미라서 (호남을 공략하는) 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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