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어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여야 지도부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5·18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고백, 그에 따른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며 “하루속히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오월 광주’를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제 5·18유족회가 주관한 추모제에는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보수정당 인사로는 처음으로 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신군부 쿠데타에 맞선 시민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한 지 40년이 넘도록, 국회 광주청문회를 기점으로 진상 규명이 시작된 지 30년이 넘도록 5·18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 일각의 망언은 여전히 국민들 뇌리에 남아있고, 그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5·18 폄훼와 모욕을 형사처벌하는 법까지 만들어졌다. 5·18을 온전히 역사적 평가에 맡기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5·18정신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정치의 계절만 다가오면 어김없이 소환된다. 특히 올해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5·18정신을 부르짖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너나없이 광주에 내려가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연출하고 있다. 누군가를 겨냥해 5·18정신을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 따지고, 누가 감히 5·18정신을 독점하려 하느냐고 반박하는 낯 뜨거운 논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화를 위한 저항과 희생의 역사로서 5·18의 진실은 자명하다. 이후 대한민국이 겪은 곡절과 파란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낸 민주주의의 여정이 그 자명한 진실을 입증한다. 누가 훼손한다 해서 그 빛이 바래거나 누가 미화한다 해서 그 빛이 달라지지 않는다. 5·18은 광주만의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다. 정치적 훼손도, 독점도 당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