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은 단선율, 연대는 다선율 연대는 차이 인정하는 데서 출발 불협화음 불가피한 순간 있지만 더 높은 목표 위해 관리해야
송평인 논설위원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탄핵의 강은 유승민이 바란 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너기는 어렵다. 금태섭과 권성동이 만든 국회 탄핵소추안은 엉터리였다.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은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을 뇌물로 규정한 소추 내용을 헌법상의 영업 자유 침해로 슬쩍 바꿨다. 검사의 공소장을 판사가 멋대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후에 윤석열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을 뇌물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탄핵은 사법 절차처럼 상소나 재심이 가능한 제도가 아니다.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나중에 바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탄핵은 정치에 가깝다고 말한다. 탄핵을 비이성적으로 몰고 간 당시의 힘의 관계는 그 자체가 받아들여야 할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탄핵에 이성적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관행의 범죄화’ 등으로 가속기를 밟고 박근혜 탄핵을 넘어 이명박까지 사실상 탄핵한 윤석열을 국민의힘으로 영입하는 건 탄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각자의 정체성을 허물고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연대하는 것이다. 엄연한 차이를 얼버무리면서 억지로 하나로 묶기보다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한 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가능한 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박근혜 탄핵 당시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소수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홍준표가 복당에 어려움을 겪는 사실이 그런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홍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제 손으로 뽑은 후보다. 홍준표의 품격 없는 언행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홍준표를 배제함으로써는 국민의힘이 전진할 수 없다. 유승민과 원희룡은 홍준표를 넘어서야 진정한 대선 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윤석열의 정치적 출발점은 제3지대가 더 적절해 보인다. 제3지대에는 이미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있으니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낫고 국민의당이 소규모 정당에 불과하니 상대하는 부담도 작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입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차이가 작은 편끼리 먼저 힘을 합치는 것이 순서다. 제3지대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의미 있는 협상력을 가지려면 세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이 개인적으로 국민의힘에 영입되는 것이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것은 둘 다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것처럼 보여 표의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4·7 재·보선을 자기 힘으로 이긴 줄 알고 윤석열과 안철수에게 기차 떠나기 전에 타라는 식으로 압박한다면 착각이다. 국민의힘이 조직과 자금을 바탕으로 윤석열과 안철수를 국민의힘의 일부로 만들려는 순간 정권교체의 목표는 멀어진다. 국민의힘 윤석열 안철수는 각각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고 하나의 그릇에 들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인재 스카우트나 M&A가 아닌, 함께하는 다른 방식을 상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연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