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만년적자 구조개선 시급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안방구장인 라쿠텐생명파크 미야기. 이 야구장은 1950년 문을 연 미야기현 소유 시설이지만 민관 협력을 통해 놀이공원, 대형 유통센터, 숙박시설 등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탈바꿈했다. 사진 출처 라쿠텐 홈페이지
이에 니혼햄은 600억 엔(약 6197억 원)을 들여 개폐형 돔구장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를 신축하기로 했다. 새 구장 이름을 이렇게 정한 건 부동산 기업 에스콘에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 문을 열 예정인 이 구장 주위에는 쇼핑몰, 온천호텔, 글램핑장 등도 함께 들어서게 된다.
청라지구에 땅 16만3362m²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는 이 중 39.1%에 해당하는 6만3936m²에 스타필드, 호텔,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의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 대지 면적은 5만8992m²다.
다만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야구장을 소유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등이 국내외 경기 대회 개최와 선수 훈련 등에 필요한 ‘전문 체육 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전부터 존재했던 야구장뿐만 아니라 KIA, 삼성, NC의 각 연고지인 광주(2014년), 대구(2016년), 경남 창원시(2019년)에 문을 연 새 야구장도 전부 지자체가 주인인 이유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안방인 라쿠텐생명파크 미야기에는 숙박시설 ‘라쿠텐 스테이×이글스‘를 갖춰 구장 활용도를 높였다. 사진 출처 라쿠텐 홈페이지
한국에 전문 체육 시설 기부채납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로축구 팀 두 곳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1990년에는 포항스틸야드, 1993년에는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지어 각각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에 소유권을 넘겼다. 단, 당시에는 포스코가 민영화 이전이었기에 배임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경기장은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오늘날 경기장은 고정 비용은 제외하고 운영비에서 적자를 보지 않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사실 프로야구 경기를 꼭 체육 시설에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야구장은 체육 시설이자 ‘문화 및 집회 시설’이기도 하다. 극장처럼 문화 및 집회 시설은 기업 소유가 가능하다”면서 “그런데 야구장처럼 넓은 면적에 1년에 100일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시설을 짓는 것보다는 1년 365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을 짓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동안 안방에서 72경기를 치르는 현실을 보더라도 야구만을 위한 경기장을 소유하는 건 막대한 시설 유지비용을 감안할 때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구인은 “돔구장이 야구단 운영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야구단 운영은 적자를 피하기 힘든 구조지만 돔구장에 위락시설, 호텔이 함께 들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흑자 구조로 가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SSG가 청라에 호텔과 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돔구장을 신설하려면 인천시와도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 인천시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를 개최하면서 1조3336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됐다. 기존 경기장을 개·보수해 대회를 치르는 대신에 17개 경기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빚이 늘었다. 특히 문학경기장을 놔두고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만 5000억 원 가까운 돈을 썼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축구장을 포함한 문학경기장 운영권을 SSG가 보유한 상태다. SK 시절부터 그랬다. 문학경기장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돔구장을 짓기는 곤란하다”면서 “정말 청라지구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제안해 온다면 (지구) 용도 변경 때문에 사업협약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