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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청사’로 특공 받았는데… 행복청 “현재로선 취소 어렵다”

입력 | 2021-05-19 03:00:00

[관평원 파문 확산]개인에 책임 물을 법적 근거 없어
총리 지시에 “법리 재검토 해볼 것”
일각선 “원천 무효화해야” 지적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직원들을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대상으로 선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현재로서는 특공 물량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인 재산을 회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관평원 직원들의 특공 취소를 검토하라”고 주문한 만큼 행복청은 특공 취소가 가능한지 법리 검토를 하고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담당하는 행복청 관계자는 “(관평원 직원들이) 특공을 받을 당시에는 특공 대상자로서의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 재산을 회수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을 이전하려고 한 행정 행위 자체는 잘못이지만 이전 추진 기관에 특공을 배정하는 단계 자체에는 법적 하자가 없었던 만큼 당장 특공을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관평원 직원들은 2017년 2월 관평원이 세종시 신청사용 부지를 매입한 뒤 행복청에서 세종시 아파트 특공 신청 자격을 받았다. 행복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부처 이전 계획고시일을 기준으로 특공 자격을 부여하는 반면에 행복청 같은 외청은 부지 매입일이 특공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2019년 7월까지 관평원 직원 82명이 특공을 신청했고, 49명이 당첨됐다. 이후 특공 당첨자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다. 관평원 직원 5명이 특공으로 받은 한 아파트는 2017년 12월 분양 당시 5억7700만 원이던 가격이 현재 10억 원을 넘긴 상태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 제도하에서는 특공 취소가 쉽지 않다고 본다. 국민 정서와 달리 법적으로 볼 때 기관에 대한 법적 제재를 할 수는 있어도 특공을 받은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관평원의 문제이지, 특공을 받은 직원들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의 아파트를 강제로 뺏는다면 법률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평원 직원에 대한 특공은 정부의 잘못된 행정 조치로 생긴 혜택인 만큼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공 자체가 세종시 근무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셈인데 자격도 없는 사람이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공 당첨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이를 팔 경우 이익을 환수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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