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다. 횃대를 설치하면 나무들이 잘 자라 숲을 빨리 이룬다. 똑같은 나무를 똑같이 심었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횃대가 있으면 새들이 와서 앉게 되고 그러면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진다. 나무나 풀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름이다. 비싼 인건비 들여 일일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니 더 많은 새들이 오게 되고 그럴수록 더 잘 자라는 선순환이 생겨난다. 사소하게 보이는 횃대가 숲을 만들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이 순환하는 이치,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서 작동하는 역학관계를 알면 약간의 수고로 무궁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이 어떻게 파급되고, 효과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아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아프리카 남동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한참 전 급격하게 줄어가는 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면 사냥금지라는 강경책을 쓴 적이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자를 죽이면 처벌받도록 했다.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필요하기도 했지만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 수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내린 조치였다. 그런데 이 조치가 내려진 후 사자는 더 줄었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의 사정을 이해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현상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현 정부가 시장의 부동산 심리를 쉽게 보고 정책을 쏟아냈다가 역효과를 낸 것처럼 말이다. 의도가 좋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만든 영화 ‘적벽대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제갈량과 주유 연합군의 바람을 이용한 화공 작전에 백만 대군을 잃은 조조가 “고작 바람 때문에 패했군”이라고 하자 주유가 하는 말이다. “넌 자연의 이치를 모르니까.”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