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사회성-공감능력 떨어지지만 언어-인지 발달상태 정상적 특정 분야서 창조성 발휘하기도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성이 떨어지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정상적인 시선 접촉과 얼굴 표정, 자세를 보인다. 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낮아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어렵다.
애슐리 반스가 쓴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라는 책에는 머스크가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인간관계가 결여돼 있고, 회사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직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제한된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관심 영역이 고립돼 있다 보니 특정 분야에서 독창성과 창조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테슬라, 스페이스X, 화성 이주 프로젝트 등 혁신적인 사업가이자 개척자의 길을 걸어온 머스크의 삶은 특정 주제에 대한 집착 수준의 관심과 몰두,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과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최신 진단기준(DSM-5)엔 아스퍼거 증후군은 들어 있지 않다. 더 이상 공식적인 진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소아정신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진단명이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거나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선 한국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척도라는 50문항의 질문지를 사용해 진단한다. 5∼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들은 아동기 초반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 발견하여 의사의 치료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사회 기술과 의사소통 훈련, 사회적 맥락에 맞는 언어 사용에 초점을 맞춘 화용 언어치료 등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DSM-5는 자폐증의 공식 명칭을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바꾸었다. 자폐증이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더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진단명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특정한 장애의 범주에 가두고 획일화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가 지닌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머스크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