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마약사범 5년째 늘어
마약 얻으려고 조건만남까지 “멋모르고 손댔다가 인생을 망쳐버렸어요. 절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죽도록 미워요.”
학교를 다녔다면 올해 고2였을 A 양(17). 하지만 2월경 그는 부모 손에 이끌려 인천참사랑병원을 찾아왔다. 중학생 때부터 손댄 마약 중독으로 치료가 시급했다.
병원에 따르면 A 양은 아는 언니들을 따라 클럽에서 마약을 접했다. 호기심이었지만 곧 수렁에 빠졌다. 마약을 제공받으려 성인과 조건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약 3개월 치료 뒤 A 양은 자신이 겪은 실상을 전하려 했다. “마약에 빠진 애들이 많다. 현실을 알려주겠다”며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잡았다. 병원 측은 “많이 호전돼 현재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A 양은 퇴원 이틀 뒤 유혹을 못 참고 가출해버렸다. 현재 수사기관이 수배에 나섰다.
10대 마약사범 3년새 3배이상으로 늘어
마약 얻으려고 조건만남까지올해는 더 나빠졌다. 3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 1492명 가운데 10대가 44명이나 된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약 2.9%나 미성년자인 셈이다. 경찰 측은 “최근 소셜미디어 등 구입 경로가 늘어나 쉽게 마약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미성년자라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주변 시선을 피해 마약을 구할 수 있어요.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하니 잡기도 힘들어요.”
이달 초 강원경찰청은 한 마약판매조직 일당을 잡아들였다. 총책임자 등 16명을 붙잡아 10명을 구속시켰다. 이 조직으로부터 필로폰 등 마약을 사들여 투약한 17명도 검거됐다. 그런데 이 중엔 10대도 섞여 있었다.
판매자들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감춰두고 아이들이 직접 찾아가게 했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신뢰가 쌓이면 ‘무인거래소’라 부르는 원룸을 이용해 거래를 일삼았다.
○ “처음이니 공짜로 줄게”
10대의 마약 중독이 늘고 있지만 실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미성년자라 아이들의 미래를 우려해 공개를 꺼린다. 관련 병원이나 경찰도 극도로 주의한다.동아일보는 16세에 마약에 빠졌던 A 씨(22)를 수소문 끝에 만났다. 그는 현재 약을 끊고 같은 고통을 겪는 청소년을 도우려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고 있다. A 씨는 “한 번쯤은 괜찮다는 착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대마초 구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인터넷을 뒤지면 업자들 아이디를 금방 찾아요. 물론 3g에 몇십만 원인데 부담스럽죠. 근데 말 거는 순간, 이미 늪에 빠지는 거예요. 선뜻 ‘1g 공짜로 주겠다’고 꼬드겼어요.”
더 큰 돈이 필요했던 A 씨는 피폐해져 갔다. 집안 물건을 내다팔고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성을 제공하고 돈을 마련했다. A 씨 아버지(61)는 “마음을 못 잡고 사고 치는지는 알았지만 마약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자책했다.
“빠져나오려 해도 헤어날 수 없었어요. 한 번은 전문기관에서 주선한 중독자모임에 갔어요. 서로 도우며 함께 이겨내려는 취지죠. 그런데 거기 환자를 가장해 잠입한 마약조직이 있는 거예요. 유혹에 못 이겨 필로폰까지 손댔어요. 마약은 두려울 정도로 끈질기게 달라붙어요.”
A 씨는 약 2년 전 가족과 병원 등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마약을 끊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럽다. A 씨는 “상당수가 실패하고 인생을 망친다. 딱 한 번도 안 된다. 친구와 가족, 꿈 등 모든 걸 잃는다”고 경고했다.
○ “대마초, 10대 뇌에 치명적”
중독치료전문의인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대마는 다른 마약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뇌 성장에 영향이 커 미성년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라며 “방어체계를 갖추지 못한 뇌에 폭탄을 터뜨려 충동제어 시스템을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평범한 학생들마저 마약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원장은 “서울 강남의 유명 학원가에서 10대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마약 딜러도 있다고 들었다”며 “더 이상 한국도 10대 마약 청정 국가가 아니란 걸 받아들이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