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으나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기준)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대한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의사록에는 앞으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 시작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예상대로 뉴욕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급락도 위험 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켰다. 19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4.62포인트(0.48%) 떨어진 3만3,896.0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전날보다 12.15포인트(0.29%) 떨어진 4,115.68로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연준은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달에 열린 위원회에서도 “물가와 고용 목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기 전까지 통화 완화 기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켰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시장 파급력이 큰 ‘테이퍼링’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펜데믹 완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위원회에서 ‘매파’(통화 축소론자)의 발언이 ‘비둘기파’(통화 확장론자)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 코앞까지 왔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결과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은 일제히 출렁거렸다.
연준은 그동안 꾸준히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경고하면서 초확장적 통화정책을 수정할 것을 시사했지만 명시적으로 자산매입 축소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에는 “일부 참석자들은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될 경우 어느 시점에서(at some point)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고 명시돼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은 회의에서 “아직은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러한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달 5일 CNBC에 출연해 “1분기 엄청난 성장에도 경제는 여전히 연준의 목표에 멀리 떨어져 있다”며 “테이퍼링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데 방점을 두어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상황이 안정되고 재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도달하면 그때 우리는 정책 조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며 “아직은 그 지점에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시점(at some point)에 대해 고용 물가 등 경기회복 지표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올해 8,9월경으로 보고 이 때 금리인상,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