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공백 피하기 위해 금요일 접종 권장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선 백신휴가 '글쎄' 전문가 "장기적 관점 고려해 휴가 주어져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휴가 사용 여부가 직종·기업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에선 유급 휴가인 백신휴가 도입이 수월한 반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그렇지 못해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휴가 활성화’ 방안을 시행했다.
중대본 지침을 보면, 백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접종자는 최장 이틀간 휴가를 쓸 수 있다. 휴가 신청자에게는 의사 소견서 등 별도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신청만 하면 휴가를 부여한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이기 때문에 모두가 백신휴가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백신휴가가 힘든 직종·작업장에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에선 백신휴가를 사용하기엔 제약이 있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대전시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7)씨는 오는 6월부터 모든 보육교직원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행됨에 따라 최근 사전예약을 했다. 그런데 편한 일자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어린이집 차원에서 교사들은 금요일 오후에 백신을 맞도록 장려했다고 한다.
이씨는 “금요일 오후에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이상반응이 나타나도 평일에 백신휴가를 쓰는 대신 주말에 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하고 학부모 눈치를 봐야 하는 어린이집이 교사를 쉬게 하면서까지 백신휴가를 쓰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요식업을 하는 김모(30)씨는 “내가 맞게 될 가능성이 높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부작용이 크다고 하더라”며 “자영업자들은 쉴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신을 꼭 맞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등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중소 IT 기업을 2년째 다니고 있는 박모(26)씨는 “재택근무도 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백신휴가까지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부의 백신휴가제 재정 지원 제도화 방침에 관해 “소규모 기업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법적 근거 및 백신휴가 부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낸 바 있다.
반면 대체로 대기업에선 백신 휴가를 도입했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가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LG그룹, SK하이닉스 등도 백신을 맞는 임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백신휴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등도 백신 접종 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담긴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부 예산 부담을 이유로 정부 부처, 정치인들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많은 사업장에서 백신휴가를 보장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여나가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을 미루다 직장 내 클러스터(집단감염)가 생기면 사업장이 아예 문을 닫게 되는 데 이런 피해는 하루 이틀 휴가를 주는 것만으로는 회복하기가 어렵다”며 “백신 휴가가 주어져야 백신에 대한 저항감, 걱정 등을 해소할 수 있어 접종 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뿐 아니라 사용자 측도 이해를 해야 한다”며 “휴가를 주는 것이 단순히 손해만은 아니라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