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돌아왔습니다. 행복합니다.”
19일 오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위치한 7구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만난 루이스 씨(39)는 커피 잔을 기울이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이날 일대 카페와 식당 앞에 설치된 야외석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15구 레스토랑 야외석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기던 회사원 로헝 씨도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오후 간간 소나기가 내렸지만 식당과 카페 야외석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을 지켜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들도 많았다.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지난해 10월 30일 테이크아웃(포장구매)과 배달을 제외한 모든 식당과 카페 영업이 중단됐다. 이날 봉쇄 해제 조치의 일환으로 7개월 만에 카페 식당 술집의 야외영업이 허용되자 사람들은 몰려나왔다. 일부 식당, 카페 주인들은 업소 앞 차도 일부분까지 가림막을 치고 야외석을 설치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오전 일찍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인근 카페에서 장 카스텍스 총리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지만 새로운 자유의 순간”이라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방역을 잘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7개월 만에 식당 카페 영업이 재개된 주요 배경은 빨라진 백신 접종이다. 프랑스는 1, 2월 백신물량 부족과 시민들의 백신 거부 심리로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이후 속도가 붙으면서 18일 기준으로 전체 인구(6700만 명)의 30%인 2100만 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지난 달까지 하루 3, 4만 명에 달하던 신규 확진자수는 이달 들어 하루 1만 명 내외로 감소했다.
이날 식당, 카페 야외 영업 뿐 아니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등 주요 문화시설, 영화관, 극장도 재개방돼 관람객을 맞이했다. 다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전예약을 해야 하고 수용인원의 일부만 받는다. 이날부터 오후 7시 이후 통행금지도 오후 9시로 늦춰졌다. 18세 미만 실내 스포츠 활동도 허용됐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달 9일 식당 카페 실내영업 허용, 같은달 30일 통금 완전 해제 등 단계별로 봉쇄 해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9일부터는 백신을 접종하거나 음성 확인서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자칫 봉쇄 해제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일 카페와 식당 야외석에는 좁은 테이블에 붙어 앉아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흐보뉴 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프랑스보다 봉쇄해제를 먼저 시작한 영국은 최근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방역지침 완화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르몽드는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등할 수 있어 이같은 봉쇄해제가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19일 기준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89만8347명으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다. 누적 사망자(10만8040명)는 전 세계 8위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