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는 여태껏 미군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명비가 없다. 앞서 6·25전쟁 행사 때 생존한 전우들이 전사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명비의 건설을 촉구한 적도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노력이 뒤늦게 결실을 본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574명, 한국군 카투사 70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착공식이 21일 열린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다.
▷내달 6·25전쟁은 7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추모의 벽 건설도 생존한 용사들이 앞장서서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한 한미의 민간단체들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았지만 약 250억 원인 건설비 마련에 힘이 부쳤다. 이런 상황이 되고 나서야 한국 정부는 뒤늦게 지원에 나섰다.
▷6·25전쟁에 참여한 미군은 178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제 생존자는 50만 명 남짓이고, 하루 600명 정도가 세상을 뜨고 있다고 한다.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시간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추모의 벽이 마련되는 것은 다행이다. 미국의 보훈단체들은 ‘더 이상 잊혀지지 않는 전쟁(No Longer the Forgotten War)’이라며 6·25전쟁 되새기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국가의 부름에 목숨을 내놓고, 명비에 한 줄 이름을 남기고 떠난 수많은 청춘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