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文 대통령 72조 해상풍력 투자계획은 틀렸다!”

입력 | 2021-05-21 10:59:00

신재생에너지 건설 명장이 본 文 정부 해상풍력 산업



문재인 대통령이 5월 6일 오후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에 편승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업자와 손잡고 무분별하게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나섰다가 어업인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과 어업인들이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이유는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와 해상풍력이 설치되는 해역에서의 통항 금지, 그리고 해양서식지 소실 등으로 인해 생계터전을 빼앗길 우려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풍력업계는 “해상풍력은 해안가에서 먼 거리인 바다 한가운데 설치되기 때문에 환경과 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발생되는 이익을 어민과 공유하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풍력업계의 주장에 맞서 수산업계는 “해상풍력 발전설비의 시공, 운영,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로 인해 해양서식지의 소멸과 어류에 미치는 영향 등 피해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한다.


태양광발전, 기상 악화로 정부 기대와 달리 발전량 감소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중 해상풍력이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다”면서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7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해상풍력단지 건설 과정에서 8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형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부합한다”며 앞장서 홍보한다. 문 대통령은 올 2월 5일 전남 신안에 설치될 세계 최대 대형 풍력단지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향후 신안에서 대형 풍력발전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8.2GW의 전기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대형 풍력단지 기공식도 아닌 투자 협약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형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있는 사업”이라는 정부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40여 년간 건설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지열) 기술자(1호 명장)로 살아온 필자의 눈에는 정부의 주장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인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신재생에너지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액화·가스화한 에너지 및 중질잔사유(重質殘渣油)를 가스화한 에너지 등 신에너지 4개 분야와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8개 분야 등 총 12개 분야로 구분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토록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특정 분야에만 투자를 집중하면서 온갖 민원과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가 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대대적 홍보와 지원을 한 태양광발전사업. 하지만 산을 깎아 설치한 태양광설비는 시공 미숙으로 붕괴되면서 산사태를 일으켰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당초 약속도 황사 현상과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 악화로 허언이 돼버렸다. 일조량이 줄면서 발전량이 당초 계약보다 감소했기 때문.


탄소 소재 대형 날개가 태풍 견딜 수 있나
태양광발전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자 문 정부는 대형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문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조성 계획 역시 효과가 검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학계와 산업계에선 “전남 신안군에 설치될 대형 해상풍력설비에서 8.2GW의 풍력발전이 가능하며, 이는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우선 문 대통령이 언급한 “8.2GW 용량의 해상풍력발전”은 실제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아닌 발전설비 용량일 뿐이라는 것. 대형 해상풍력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실제 생산량은 발전설비의 30% 정도에 불과하며, 그것도 풍속이 11m/초 이상이 돼야만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신안 앞바다의 풍속이 덴마크 등 유럽의 해상풍력 강대국의 해상풍속 평균 11m/초에 크게 못 미치는 평균 7.2m/초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형 해상풍력단지의 공사비는 육상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들고 바닷속 여건에 따라 추가 공사비가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형 풍력단지가 기상이변으로 잦은 태풍과 해일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즉 태풍과 해일이 발생하면 해상에 설치된 대형 풍력발전기의 가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한 바닷 속에 설치되는 기초 부분이 30~60m이고 날개 길이만 70~100m인 대형 풍력설비를 지탱하려면 지지대의 높이가 해수면에서 최소 100m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러한 대규모 풍력발전설비가 초강력 태풍이 몰아쳤을 때 과연 견딜 수 있느냐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형 해상풍력발전설비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구조체인 석유시추선과 달리 바람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최소 100~300m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되는 데다 탄소질 섬유로 된 70~100m 길이의 날개는 안쪽만 타워와 연결돼 있을 뿐 끝부분에는 아무런 고정 장치가 없어 대형 태풍에 견디기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주장처럼 대형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된다 해도 태풍 등으로 인해 전기를 일시 생산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예비 발전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20년에 불과한 대형 해상풍력설비의 수명도 걱정거리다. 현재 정부는 20년 동안의 발전 전력량과 설계·시공 등 투자비, 유지관리비용, 폐기비용 등을 전체적으로 감안한 생애비용(LCC·Life Cycle Cost)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의 주무 부처가 산업자원통상자원부임에도 해상풍력사업과 관련한 사전 준비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팀이 환경부에 마련된다는 것 또한 국민 상식과는 괴리가 크다. 거꾸로 환경부가 사전 준비 업무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대형 해상풍력단지가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바다 생태계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문 대통령은 전남 신안 앞바다 해상풍력단지 투자 협약식과 울산에서 개최된 부유식 해상풍력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4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발전 정책의 실패를 해상풍력발전으로 가리려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느껴진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하려면 태양광과 해양 풍력에 집중된 투자를 지열, 수력, 수열,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바이오에너지, 폐기물, 석탄가스·액화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넓혀야 한다.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곧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박진관 공학박사·건축기계설비기술사·대한민국명장(건축설비분야 제1호)


〈이 기사는 신동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