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언젠가 교육부 관계자가 이렇게 토로했다. 대학에 갈 학생 수는 하염없이 줄어드는데 대학만 남아도는 현실을 두고 한 얘기였다.
그가 말한 ‘선배님’이란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 기조에 발맞춰 일명 ‘대학설립준칙주의(준칙주의)’를 도입했던 교육부 관료들을 지칭한 것이었다. 준칙주의 도입 이전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인가를 거쳐야 대학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계에 대졸 인력이 부족하고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니 대학을 더 만들자”는 논리에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가 도입됐다. 지금 보면 황당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이 제도로 인해 2011년까지 60개가 넘는 대학이 생겼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저출산 시대가 열렸다. 계속 많을 줄 알았던 학생 수가 ‘반타작’ 났다. 지금 40대 초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2000년 즈음엔 응시자 수가 87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는? 43만 명이 안 된다.
올해 지방대들은 그 타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2년 전 7400명 수준이던 미충원 규모가 올해 4만 명대로 급증하며 충원율이 70% 밑으로 떨어진 지방대도 나왔다. 3년 뒤 미충원 규모는 10만 명을 넘게 된다. 지난해 신생아는 고작 27만 명. 이들이 대학에 가는 17년 후는 그야말로 ‘노답’이다.
뒤늦게 교육부는 20일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대도 정원 감축을 하라”고 칼을 빼들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학생들의 선택을 못 받는 경쟁력 없는 대학만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럼 지방대부터 죽는 게 문제다. 정부에는 무너진 지방대를 뒷감당할 능력이 없다. 학생들이야 인근 대학에 편입시킨다 쳐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인 교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로 인해 돌아가는 지역 경제는 부양할 방도가 없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연금을 낼 교직원이 줄어 가뜩이나 ‘2029년 적자설’이 나오는 사학연금도 흔들릴 수 있다. 대학의 너른 부지와 텅 빈 건물도 골치다. 옛날부터 교육계엔 ‘대학 건물은 복도도 넓고 방도 많아 요양원으로 쓰기 딱’이란 우스개가 있었는데 20일 한계대학 청산 방안에는 정말로 대학을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는 안이 담겼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