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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마지막 족쇄’ 해제, ‘韓 자주국방-美 중국견제’ 이해 통해

입력 | 2021-05-22 06:00:00

[한미 정상회담]한미 정상, 사거리 제한 해제 논의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개발 족쇄’로 불리던 한미 미사일 지침의 전면 해제를 논의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 미사일 안보체계에 한국이 편입되는 수순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탄두 중량, 고체연료 제한은 풀린 채 사거리 제한만 남아 있다. ‘미사일 주권’을 제약하는 핵심이었던 800km 사거리 제한이 풀릴 경우 한미 미사일 지침이 생긴 지 42년 만에 우리 군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전역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준중·중거리탄도미사일(MRBM·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출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 韓 자주국방, 美 중국 견제 맞아떨어져

한미가 1979년 체결한 미사일 지침에 대한 개정 논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2017년 11월 3차 개정에선 500kg까지였던 탄두 중량 제한이 무제한으로 폐지됐고, 지난해 7월 4차 개정으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거리 제한을 비롯한 미사일 지침의 전면 해제까지 논의된 것은 임기 내 ‘안보족쇄’를 풀고 ‘자주국방’을 이뤄내겠다는 한국과 중국 군사력 견제에 한국의 역할이 필요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2년 10월 2차 개정으로 사거리가 대폭 확대됐지만 최대 사거리 800km는 북한 전역과 중국 산둥반도 일부만 타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의 무기 개발도 ‘대북 대응용’으로 제한됐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당시 한국에 ‘대북 억지력’만 갖출 수 있도록 기준을 풀어준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군이 지난해 시험 발사에 성공한 탄도미사일 ‘현무-4’가 2t의 탄두를 싣고 800km까지 비행이 가능한 것도 사거리 제한 때문이다.

군은 베이징 등 중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1500km 이상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기술적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지만 있다면 탄두 중량을 줄이지 않고도 사거리를 늘리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 2001년 1차 개정을 통해 탄두 중량 500kg 이내에서 무제한으로 사거리를 늘릴 수 있는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1500km의 현무-3C가 배치돼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금도 현무-4는 2t의 탄두 중량을 500kg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1500km 이상 될 것”이라며 “다만 3000km 이상의 IRBM, ICBM까지 가능하려면 대형 로켓모터 등 기술 축적이 상당 기간 필요하다”고 했다.

사거리가 핵심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진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군은 지난해 말 국산 SLBM의 지상사출 시험을 완료했고 올해 안에 수중 잠수함 발사 시험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청와대-백악관 ‘하우스 투 하우스’로 극적 타결
자주국방을 모토로 삼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미사일 지침 개정 이후 사거리 제한 등 지침의 완전한 해제를 미국에 강하게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사거리 제한을 풀면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이에 긍정적이었다. 올해 초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간 논의가 재개됐지만 국무부는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지침 해제를 반대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미사일 지침을 풀 마지막 기회라고 본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청와대가 직접 백악관과 소통하는 이른바 ‘하우스 투 하우스’ 방식으로 협상하면서 양국이 이견을 좁혀갔다.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백악관이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아 타결될지 불확실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