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며 머리를 감싸고 있다. 2021.5.17/뉴스1 © News1
#“이번에 ‘알바비(아르바이트비)’ 받으면 무슨 종목 살거야?”, “누구한테 들었는데 이 종목이 뜰거래” 이는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말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양모씨(30)는 휴식시간이면 “이 종목 괜찮다”는 동료들의 끊임없는 추천에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하소연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그는 다른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조용히 쉬고 싶기도 한데 틈만 나면 코인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 고통스럽다고 했다. 양씨는 일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도 코인을 추천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2030세대에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끊임없는 코인 이야기에 지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디에 가도 암호화폐 이야기뿐이니, 듣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코인 감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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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4%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49.8%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37.1%, 40대는 34.5%, 50대는 16.9% 순이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일명 ‘코린이(코인+어린이 합성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지 1~6개월 미만인 이들이 43.1%, 1개월 미만은 23.8%, 6개월~1년 미만은 10.7%를 기록해, 10명중 약 8명이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고점을 찍었거나, 오르고 있더라도 상승폭이 둔화된 종목이 많다보니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5%는 손실을 기록했고, 1인당 평균 손실액은 412만원에 달한다.
이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되레 수백만원의 손실을 입은 채 여전히 코인에 빠져 있는 이들이 상당수임을 가늠하게 하는 결과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서 직원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황모니터 앞을 지나고 있다. 2021.5.21/뉴스1 © News1
코인 광풍은 2030세대가 모여있는 군대도 피해가지 못했다.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했던 과거의 군대를 돌이켜보면 깜짝 놀랄만한 현상이다.
코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군인들이 부대 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일과시간 이후 코인 투자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게시물이 다수 게재돼 있다. 꾸준히 올라 60만원(병장)이 넘는 월급은 이른바 ‘코인 병정개미’의 투자 밑천이다. 이같은 현상은 병사와 간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다.
또 2030세대가 많이 찾는 사주카페나 타로카페 등의 경우 기존에는 취업운이나 연애 등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투자운을 물어보는 이들이 가장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선 투자운세를 전문적으로 봐주는 점집이 입소문 나면서 문전성시를 이뤄졌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은 상황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정보를 알리고 싶은 이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러나 최근처럼 변동폭이 크고,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 각국이 잇따라 규제를 가하고 있는 만큼 불안정한 시기에는 의도와 달리 가까운 사람을 수렁으로 밀어넣는 꼴이 될 수 있다.
지난 20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17~18세기 튤립 투기와 남해회사 거품을 능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같은날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