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2. 워싱턴=뉴시스
한미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명시했다. 공동성명은 또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와 관련해서도 ‘두 정상은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협상과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대만해협을 명기하는 문제는 양국이 논의해온 이슈들 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공동성명에 이를 넣기로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불과 며칠 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중요하며, 이를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동맹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한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바이든 정상 간 회담에서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다. 1969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 일본 전 총리의 회담 이후 52년 만이었다. 이후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대만해협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뇌관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최근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급속히 고조돼 왔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에 거액을 투자키로 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대만의 밀착 관계도 두드러진다. 이에 중국은 대만해협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의 싱크탱크인 중국양안아카데미는 19일 대만해협을 둘러싼 무력충돌 위험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언급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날 공동성명이 나오기 전부터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언급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이날 일부 언론이 대만해협의 명기 가능성을 보도하자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국이 미국의 협박에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앞서 미일 공동성명이 나왔을 때에도 미국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공동성명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