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정보분석관으로 활동했던 여성요원이 13년 동안 국가기밀 서류들을 빼내 집에서 보관해왔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유출해서 옮긴 문서 중에는 9.11테러의 주범인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관련 자료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정보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FBI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법무부는 21일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FBI 캔자스시티 수사본부 소속 켄드라 킹스버리(48)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킹스버리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FBI에서 폭력조직, 마약밀매 등을 다루는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서 현재 정직된 상태다. 기밀문서 접근권을 갖고 있는 그는 13년동안 내부 기밀문서들을 빼돌려 집에 보관했다. 여기에는 FBI의 활동 우선순위와 민감한 조직운영 및 인물 관련 정보, FBI가 정리해온 해외 정보기관 및 테러조직 첩보 등이 담겨 있었다.
FBI 밖으로 줄줄이 유출된 정보 중에는 알카에다 아프리카 지부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사마 빈 라덴을 돕고 있던 아프리카 지부 소속원에 대한 신상 정보와 동향 등이 그가 미국의 추적을 피해 다니고 있던 2005~2006년 킹스버리의 집으로 옮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기밀 자료들이 내부 인사에 의해 위험에 빠지는 ‘내부 위협(insider threats)’을 근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킹스버리가 왜 정보를 집으로 빼돌렸는지에 대한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가 집으로 가져간 정보들을 다른 인사에게 넘기거나 언론에 흘린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킹스버리는 이런 정보들을 FBI 밖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법으로 이를 계속해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킹스버리는 FBI에서 여러 종류의 기밀정보를 다루는 법을 훈련받아 왔다. 기밀정보를 불법으로 옮기는 행위는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향후 킹스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번 국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의 배후에 국제 테러단체나 적성국이 있거나 빼돌린 기밀정보의 일부가 이들의 손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부차관보는 “킹스버리는 FBI 정보분석관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기밀 접근권을 악용해 이를 훔치고 집에 보관함으로써 국가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내부 위협이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주리 서부 연방지검의 테리사 무어 검사장 대행은 “이런 범죄 행위 때문에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과 국가 안보가 위험에 빠졌다”며 “국가를 배신하고 자신의 맹세를 저버린 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킹스버리는 다음달 1일 캔자스시티 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 당국자가 기밀 정보를 기자들에게 알려줬다가 3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활동했던 한 전직 FBI 요원은 2018년 기밀로 분류된 서류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