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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두고 내린 승객에 사례 요구한 기사 ‘무죄’, 왜?

입력 | 2021-05-23 17:06:00

사진=뉴스1


휴대전화를 놓고 간 승객에게 사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 씨(6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 씨(26)는 김 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탔다가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 김 씨는 A 씨에게 미터기를 찍고 가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A 씨는 김 씨에게 친구를 보내겠다고 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A 씨에게 “설마 빈손으로 오지 않겠죠”라는 취지로 말했고, A 씨는 “그럼 갖고 계세요. 제가 경찰에 얘기할게요”라고 말하면서 대화가 끝났다. 이후 A 씨는 실제로 김 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연락을 받은 김 씨는 휴대전화를 A 씨에게 반환했다.

검찰은 김 씨가 A 씨의 휴대전화를 가질 생각으로 즉시 반환하지 않았다며 김 씨에게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정식재판 끝에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실물법에 따르면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5~20% 범위 내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김 씨의 발언을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하더라도 이런 점만으로는 김 씨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불법으로 취하려는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A 씨 말을 듣고도 휴대전화를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반환이 지체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반환을 하지 않은 거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김 씨가 분실물 습득의 사후처리절차를 소홀히 하고 사례금을 거절하는 듯한 A 씨 태도에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했지만 불법영득의사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