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필수적이라고 뜻을 모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와 관련해 “환상이 없다”고 못박았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뤄진 북-미 간의 대화를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에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한미가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을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2018년 남북 정상이 체결한 판문점 선언에는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 경제협력, 철도 연결 등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그간 침묵했던 북한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해 ‘약속에 기초한 대화’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분명 진전된 성과”라며 “청와대가 이번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싱가포르 성명과 판문점 선언을 공동성명에 담기 위해 지속적으로 백악관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했던 문 대통령도 임기 말 남북 관계 복원은 물론 남북 협력 사업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미가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을 좁힌 것은 긍정적인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당장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남북 대화 재개 환경은 조성했지만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견일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과감한 대화유인책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