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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자들 “노무현 뜻 이루겠다”…野 “盧, 文정부 위선에 실망할듯”

입력 | 2021-05-23 19:33:00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에서 ”우리는 대통령께 부끄러운 고백을 드릴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모식에 모인 여야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 여권 대선 주자들 “盧 뜻 이루겠다”
이날 추도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근 대선 공식 도전을 선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출마 선언이 임박한 이광재 김두관 의원 등도 봉하마을을 찾았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추모객들을 맞았다. 참석자들은 추도식 슬로건인 ‘열두 번째 봄, 그리움이 자라 희망이 되었습니다’가 새겨진 까만색 마스크를 썼다.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차기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 진영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6일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아 이날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2002년 대선 후보시절, 부족한 제가 대변인으로서 당신을 모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보고 싶다. 그립다”며 “당신은 우리에게 선물이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도 페이스북에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左) 희정, 우(右) 광재’로 꼽혔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경선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회관은 노 전 대통령이 1993년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가 있었던 곳이다.

● 野 “진정성의 盧, 위선의 文”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에도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추도식 내빈석에 앉은 유일한 보수 야권 인사였던 김 권한대행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도 인사를 나누며 “가끔씩 찾아뵙겠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추도식에서 “특별히 김 권한대행님과 정의당 여영국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김 권한대행은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아픈 역사의 현장에 다시 왔다. 국민 참여 민주주의와 실용정신을 되새기면서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큰 족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좀 더 개방적인,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뜻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어도 노 대통령은 지지층에게 욕먹을 용기는 있는 분이셨다”며 “진정성의 노 대통령은 부활했지만, 위선의 문 대통령은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그 분이 살아계셨다면, 공정이 무너지고 위선이 판을 치는 현 정권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최혜령기자 herstory@donga.com
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