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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했던 오름’이 기계화-화학비료 등장으로 ‘기회의 땅’으로

입력 | 2021-05-24 03:00:00

공극률 높아 양파-당근 재배 유리
분화구 사면은 방풍 역할로 귤 보호




제주의 오름은 그야말로 버려진 땅이었다. 비가 내려도 몇 시간이 지나면 땅이 마를 정도로 투수율이 높고, 거름도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작물을 키우기에 부적합했다.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1억 년 이상 풍화작용을 하면서 토양이 만들어진 육지와 달리 제주는 180만 년 전 해수면 위로 솟아난 현무암 암반을 기반으로 여러 차례 화산 폭발로 쌓인 화산회(Volcanic ash·4mm 이하 화산쇄설물)와 풍화작용으로 토양이 생성됐다. 비교적 젊은 화산지대여서 토양 퇴적량이 적고, 깊이가 얕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고석형 박사는 “국내 토양통(토양종류) 400여 개 가운데 66개가 제주지역에 있으며 상당수 토양통이 오름 명칭에 따라 정해졌다”며 “토양통이 다양한 것은 화산이 분화할 때 지하암석 종류, 마그마양, 분출 정도, 공기와 물의 양 등에 따라 성질이 다른 암석이나 화산쇄설물이 나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척박한 땅이었던 오름은 농업 기계화, 화학비료 등장 등에 따라 오히려 기회의 땅이 됐다. 공극률(토양 내 공간비율)이 높기 때문에 뿌리를 잘 뻗어야 하는 양파, 당근, 마늘 등의 밭작물에 유리하고 오름 분화구 사면은 귤이 바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풍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