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한미는 21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 중심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경제와 신기술, 나아가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협력 분야로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 특히 한미 간 신기술 동맹은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경계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와 대만, 남중국해 문제까지 담겼다.
이번 회담 결과를 보면 중국의 도전에 맞선 협력 강화는 원론적 약속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한미는 공동성명과 상세설명서를 통해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망(5G, 6G), 배터리 등 미국의 새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계획과 투자 액수까지 밝혔다. 한미 간 오랜 신기술 협력·의존도에 비춰 보면 자연스러운 발전 방향이지만,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애써 중립지대에 머물려 했던 한국인지라 미국에 한발 다가서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행보로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이번 한미 회담을 한국이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본격 합류하려는 것으로 해석해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 관영매체는 벌써 대만, 남중국해에 대한 언급을 두고 ‘내정간섭’ 운운하기도 했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데 대해선 중국은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비록 간헐적인 균열과 지체가 있었지만 안보를 넘어 다차원 복합동맹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비대칭 동맹은 호혜적 대칭 동맹으로 변모하고 있다. 동맹의 확대와 강화는 불가피하게 주변국의 경계와 긴장을 높이는 ‘동맹 딜레마’ ‘안보 딜레마’ 상황을 낳기 마련이다.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이웃과의 관계도 잃지 않는 진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다. 한국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