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때만 해도 대형 은행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자본력과 경험에서 우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분 투자로 인터넷은행들에 살짝 발만 걸쳐 놓았다. 하지만 몇 년 새 카카오뱅크는 고객 1600만 명을 모았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가진 덕분이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대형 금융사 두 곳을 합친 규모다.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도 1800만 회원을 거느린 플랫폼의 힘으로 ‘디지털 금융 지주사’가 됐다.
▷빅테크에 맞서 기존 금융사들은 일단 단합에 나섰다. 국내 8개 카드사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서로 개방하기로 했다. KB페이 앱에서 현대카드를, 신한페이 앱에서 삼성카드를 결제하는 식이다. 이런 연합으로 지급결제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카카오·네이버 페이에 대항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의 덩치 키우기에도 나섰다. KB금융은 계열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을 한데 묶은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생활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요즘 최고의 디지털은행으로 손꼽힌다. 400개 이상의 기업과 손잡고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구축한 덕분이다. 은행 플랫폼에서 음식 주문과 배달부터 자동차, 부동산, 게임, 헬스케어까지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빅뱅과 몰락, 전환이 5년 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승패의 관건은 협쟁이다. 그 과정에서 편리해질 소비자로선 나쁠 게 없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