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혜 예스24 ‘채널예스’ 기자·작가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중
말하는 자가 옳은가? 침묵하는 자가 옳은가? 이 두 가지 명제 앞에서 나는 대개 전자를 택했다. 참기 싫은 욕망이 솟구쳤을 때도 있었고 내가 피해를 입을지언정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미국의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는 “설사 입 밖에 낸 말로 상처받거나 오해받을 위험이 있다 해도, 말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다른 어떤 결과보다 내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발견하자마자 밑줄을 짙게 그었던 건, 그동안 아무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말이기 때문이다. 참는 게 옳다고, 침묵하는 행동이 더 위대하다고, 섣부른 말들은 타인에게 상처가 된다고, 곧 후회할 거라는 말만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을 때, 타격은 크지 않았다. 언젠가 멀어졌을 사람과의 인연이 조금 일찍 끝났을 뿐.
2년 전 책을 쓰며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타인의 진심에 매달리지 말자고 독자에게 권했으나, 나는 누군가의 진심을 혹여 보지 못했을까 봐 내 진심을 모른 체했다. 침묵하는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고, 나와의 관계보다 더 소중한 관계는 없다. 올여름, 나는 나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 편을 택할 것이다.
엄지혜 예스24 ‘채널예스’ 기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