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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악마라톤서 21명 참변… 폭우-강풍에 저체온증 덮쳐

입력 | 2021-05-24 03:00:00

험난한 코스에 우박까지 떨어져
총 구간 100km… 구조도 지연



중국 산악마라톤 참가자들이 저체온증을 견디기 위해 서로 부둥켜안은 채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중국 고산지대에서 열린 산악마라톤 대회에서 우박을 동반한 강풍과 폭우가 겹치면서 21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마라톤 대회 코스가 바위산 등으로 험난한 데다 총 구간이 100km에 달해 참가자들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워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3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마라톤 참가자 172명 가운데 151명은 구조됐고 2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2018년 시작해 올해로 4회째인 산악마라톤 대회는 중국 북서부 간쑤성 징타이현 황허스린(黃河石林) 지질공원에서 22일 오전 열렸다.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거친 자연에 도전한다’는 산악마라톤의 특성상 대회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텅쉰왕은 “코스를 끝까지 완주할 경우 격려금 1600위안(약 28만 원)이 주어지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22일 오후 1시경 참가자들이 고도가 가장 높은 20∼31km 구간을 지날 무렵 우박을 동반한 폭우와 강풍이 몰아쳤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조된 한 참가자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박 때문에 비를 맞는 순간 마치 총알을 맞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대회가 열린 지역은 최고봉이 해발 3017m이며 평균 고도가 해발 1480m인 지역이다. 평소에도 날씨 변화가 있긴 하지만 이번 같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저체온을 견디기 위해 서로 부둥켜안고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당일 오전 11시 전후로 강풍이 불고 많은 비가 내려 일부 참가자는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주최 측이 이때 경기를 중단시켰으면 대형 참사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 21명 가운데는 중국 산악마라톤 최상위권 선수인 량징(梁景·31)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량징은 2018년 100km 산악마라톤에서 11시간12분46초로 우승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