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건축물 소개 앞장 손장원 교수

옛 우편엽서에 등장하는 인천 동구 송월동 일대의 사진. ① 1911년 일본인이 동구 묘도에 객실 7개, 해수탕 등을 갖춰 운영하던 위락시설 ② 한강 하구, 강화도 등 여덟 개의 경치를 관망할 수 있다는 팔경원 ③ 일본인 아리마(有馬)가 세운 유마정미소 ④ 일본인 노보루(高杉昇)가 세운 간장공장 ⑤ 청주를 생산하던 길금양조장. 나중에 아사히(朝日)양조장으로 발전한다 ⑥ 미국인 타운센드가 스탠더드오일의 판매권을 얻어 세운 창고 ⑦ 1905년 일본인 이나다(稻田勝彦)가 매립지에 세운 방적공장. 광복 후 동일방직이 됐다. 손장원 씨 제공

첫 이야기는 손 씨가 소장하고 있는 7000장가량의 옛 엽서 중 하나인 인천 중구 신포동 중심상가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상가 도로를 활보하는 세 사람의 뒷모습 사이로 양쪽 길가에 목조 2층 상점들, 나무 전신주,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 가로수가 펼쳐져 있다. 전신주엔 일장기가 걸려 있다. 손 씨는 이 엽서사진의 촬영 장소에 대해 “일제강점기 인천시내에서 가장 번성한 중심상업지로, 현재 중구 중앙동 3가와 4가가 만나는 지점에서 청실홍실(현 분식점)을 거쳐 인천여상 정문(옛 인천신사 입구)에 이르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요즘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의 2025년 사용 종료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씨는 근대 개항기 쓰레기소각장처럼 보이는 건물(인천 동구 만석동)을 촬영한 사진엽서도 분석한다. 경인전철 인천역∼동인천역 철길을 달리는 기차 사이로 유마(有馬)정미소, 고삼(高杉)장유, 길금(吉金)양조장, 석유회사 창고, 동양방적 인천공장 용지가 나타난다. 일본식 기와지붕 건물의 합각지붕과 맞닿은 벽면에 ‘길금주조장(吉金酒造場)’이란 글자가 또렷이 보여 이 일대가 동구 송월동1가로 짐작된다.
길금양조장 옆 건물 몇몇에는 지붕 위에 또 다른 ‘솟을지붕’이 있고, 크고 작은 굴뚝 4개가 하늘로 뻗어 있다. 손 씨는 “지붕 일부가 솟아 있는 솟을지붕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공간이나 냄새가 심한 건물에서 환기를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이다. 높은 굴뚝은 무언가를 태우는 장치가 안에 있다는 말이다”라며 건물 추적에 들어갔다.
그는 1930년 5월 15일 발행된 ‘인천부 전화번호부’를 뒤져 인천부 청소사무소가 동구 송월동1가 14번지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인천부사, 후보연구소 아카이브 자료를 참고삼아 송월동 일대의 온라인지도, 지적아카이브 비교작업을 한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이 건물은 신동공사(외국인 치외법권지대인 각국 조계지 관리기관)가 운영하던 송월동 소각장인데, 1914년 조계지 철폐에 따라 인천부에 인계한 것이다. 초기에 소각로 1, 2기를 운영하다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소각로를 늘려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굴뚝 4개는 그만큼의 소각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