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연속 NYT 베스트셀러 에세이 ‘한인마트에서 울다’ 저자 미셸 조너 서울서 태어나 9개월만에 美이주… 한국인 엄마-한국계 딸이 겪은 문화 충돌과 이해의 이야기 다뤄…“한인마트 가면 세상뜬 엄마 떠올라 미국인들 뜨거운 공감에 놀라”, 가수로도 활동… 내달 3집 앨범 내
작가 겸 싱어송라이터 미셸 조너(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다음 달 낼 새 앨범 ‘Jubilee’의 표지. 조너는 단감을 주렁주렁 매달아두고 왼손에도 하나 들었다. 그는 하반기 출시될 스웨덴의 비디오 게임 ‘Sable’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Peter Ash Lee
영화 ‘미나리’의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신간 ‘Crying in H Mart: A Memoir’(한인 마트에서 울다: 비망록·사진)다. 이번엔 할머니가 아닌 어머니 이야기. 한국계 미국인 미셸 조너(32)가 지난달 펴낸 이 에세이는 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발간 첫 주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신간에 이어 논픽션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 자택에 머무는 저자 조너를 2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한인 어머니와 겪은 문화적 충돌과 이해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 엄마가 그리운 모든 이라면 이해할 구석이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미국인들이 이리 폭넓게 공감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조너는 신간의 한국어판(문학동네)도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할리우드 영화화도 조율하고 있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 성장하며 엄마를 이해하는 것은 무척 힘들었어요. ‘그렇게 하면 주름 생겨’ ‘어깨 펴고’ 같은 잔소리를 끝없이 하는 엄마를 ‘미국 아이’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죠.”
조너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엄마의 훈육이 괴팍한 게 아니라 한국적이며 정이 가득한 양육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만시지탄. 2013년,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았다. 모친을 간호하며 그는 “말년의 어머니를 위해 한국 음식을 가장 한국의 맛에 가깝게 만들어드리려 애썼다”고 했다. 한국식 슈퍼마켓 체인인 ‘한아름 마트(H Mart)’에 매주 들러 장을 보고 한식 조리법을 배웠다. 모친은 이듬해 별세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줄곧, 나는 H 마트에서 운다’는 책의 첫 문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조너는 마트의 정경을 담담히 묘사했다. 거기서 마주한 떡국, 계란장조림, 동치미, 김, 미역국이 왜 자신을 울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섬세한 문장들은 독자의 명치에 자주 뜨끈한 것을 밀어 넣는다.
“영화 미나리를 봤어요. 할머니가 고춧가루를 바리바리 싸오는 장면에서 깊이 공감했죠. 엄마와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 간장게장과 김치찌개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떫고 딱딱한 단감도 세월에 맡겨두면 달고 무른 곶감이 되잖아요. 1, 2집을 어머니 잃은 아픔으로 가득 채웠다면 이젠 기쁨 같은 새 감정도 받아들일 때가 됐음을 감으로 상징했어요.”
앨범 안에도 한국 문화의 영향이 있다.
“수록 곡 ‘Be Sweet’의 베이스 라인은 바니걸스(토끼소녀)의 노래 ‘부메랑’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몇 년 전 서울 공연 뒤 들른 (마포구 음악 바) ‘곱창전골’에서 처음 듣고 완전히 반했거든요.”
조너는 “큰이모와 저녁을 먹으며 바니걸스와 신중현 이야기를 꺼냈더니 ‘어렸을 때 네 엄마와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을 가장 즐겨 불렀다’고 얘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모의 얼굴을 보며 노래하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가 최대한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노래하려 애쓰고 있음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