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모임 금지’ 6개월째
22일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고 있다. 수도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5개월째 계속되자 바다나 강변, 산 등 야외로 가 모임을 가지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야외라서 5명 이상도 괜찮을 것 같은데….”
22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백사장. 서울에서 온 이모 씨는 친구 5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술판을 이어갔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날 을왕리해수욕장은 어림잡아도 3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몰렸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졌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일행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과 음료를 들이켰다. 마치 축제 현장을 보는 듯했다.
정부는 21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음 달 13일까지 3주 더 연장했다. 수도권은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5명 이상 사적 모임도 계속 금지된다.
이 씨 일행뿐만 아니라 을왕리해수욕장에서 5명 이상이 함께 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5명은 캠핑용 의자와 아이스박스까지 바리바리 챙겨와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또 다른 남성 3명은 따로 온 여성 일행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세 합석을 하기도 했다.
넓은 해수욕장에서 이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있음을 알리는 것은 ‘마스크 착용 및 개인 간 2m 거리 두기’ 홍보 현수막 몇 장이 전부였다. 을왕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희망근로지원사업으로 채용된 어르신들이 평일 낮에 순찰을 하고 구청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단속을 한다”고 해명했다. 정작 인파가 몰리는 평일과 주말 야간에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이어지자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해변이나 산 같은 야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구기분소 직원들이 수시로 산행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며 알리고는 있지만 그때뿐이었다. 정작 단속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구기분소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단속할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할 수 있는 건 계도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5명 이상 모임 금지가 길어지면서 날이 갈수록 방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이 거듭되며 시민들도 이를 지켜야 할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당국이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 뒤에 거리 두기를 완화할 거라면 단속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박종민 blick@donga.com / 유채연 기자